꿈틀대는 부동산, 꿈쩍않는 정부 “아직은…”
집값 4개월째 상승, 땅값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향후 오름세 유지 전망… 규제 푼 정부는 ‘관망중’
전셋값에 이어 전국 집값과 땅값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은 4개월 연속 올랐다. 그동안 꿈쩍도 않던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가격도 지난해 말 상승세로 반전된 뒤
올 들어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전국 땅값마저 오름세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0.11% 올랐다. 땅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공급 물량 부족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는 과정"이라며 "전셋값 상승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거래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세제, 각종 금융 규제, 거래 제한 조치, 투기방지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장치는 무장해제된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이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규제책이 없는 것이다.
◇ 커지는 매매가 오름세 = 21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경기지역 매매가는 전주보다 각각 0.03%씩 올랐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는 상승폭이 0.04%에 달했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급매물이 대부분 정리되면서 매도 호가가 오르고 있다"며 "매매 선회 세입자 및 실수요자 매수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가격 상승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거래 증가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신고기준 아파트 거래건수는 6만3192건으로
지난해 11월 5만3558건보다 18%나 늘었다. 12월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만1007건의 2배 이상이다.
◇ 땅값도 꿈틀 = 지난해 12월 전국 땅값은 8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지가 변동률은 전달보다 0.11% 올랐다. 땅값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내리 하락했으나
11월(0.03%) 들어 상승세로 반전한 뒤 12월에 접어들면서 상승폭이 커졌다. 12월 지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의 0.14%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땅값은 2008년 10월 고점 대비 2.20% 낮은 수준까지 근접했다.
지역별로는 전국 251개 시·군·구 중 243곳이 올랐다. 수도권이 평균 0.12% 오른 가운데 서울은 지난해 6월부터 5개월째 내렸으나
11월 0.02% 상승한 뒤 12월 0.15% 뛰었다. 경기지역도 0.1%, 지방은 0.2~0.22%씩 상승했다.
거래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토지 거래량은 25만7992필지(2억2593만4000㎡)로 직전월 대비 23.9%(필지기준) 증가했다.
필지기준 거래량은 지난해 9월의 14만5157필지보다 1.75배 늘어난 것이다.
◇ 손 놓은 정부 = 문제는 집값, 땅값이 더 뛸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부동산연구원이 전문가 10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전국 집값은 1.5~2.5%, 땅값은 0.5~1.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주택가격이 저점이라는 인식 확산 △경기 상승 기대감 △공급 물량 감소를 그 이유로 들었다.
고종완 알이멤버스 대표는 "하반기부터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그러나 "시장 규제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달 들어 아파트 거래가 주춤대고 있고,
거래가격 오름폭도 아직은 안정 단계에 있는 만큼 섣부른 개입은 힘겹게 살아난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적극 개입해 불을 끄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정부 정책목표는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며 "시장이 과열되면
풀었던 모든 규제를 재가동해서라도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