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짐에 대하여

 

기울어짐에 대하여  / /   문숙

 

한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했더니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살아보란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노처녀로만 지내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얼마 전 남편을 만들었고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사실도
어느 한때 뻣뻣하던 내 몸이 남편에게 슬쩍 기울어져 생긴 일이다

체게바라도 김지하도 
기울어져 세상을 보다가 혁명을 하고 시대의 영웅이 되었고
빌게이츠도 어릴 때부터 기울어진 사고로
컴퓨터 신화를 일궈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다
보들레르도 꽃을 삐딱하게 바라봐 악의 꽃으로 세계적인 시인이 되었고
피사탑도 10도 기울어져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다
노인들의 등뼈도 조금씩 기울어지며 지갑을 열 듯 자신을 비워간다

시도 안 되고 돈도 안 되고 연애도 안 되는 날에는
소주 한 병 마시고 그 도수만큼만
슬쩍 기울어져 볼 일이다.

 

시도 안 되고 돈도 안 되고 연애도 안 되는 날에는

수주 마신 도수만큼만 슬쩍 기울어져 볼 일이다..

개점휴업이나 다른없는 부동산 시장.. 마지막 부분이 공감 마음에 와 닿네요..ㅋ

 

살다보면 가끔은  소주 도수만큼만,

딱 그 만큼만 기울어져 보고 싶은 날도 있지요..

일단 소주 마시는 실력부터 키워야 할까 봅니다..

나른한 오후 차 한잔 여유로움~~맛깔나는 시 하나 올리고 물러갑니다. 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