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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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과 함께 수도권 주택시장에 확연히 온기가 돈다. 미분양이 줄고,
거래가 늘면서 호재가 있는 곳에서는 가격이 오른다.
또 이제까지 아무도 찾지 않던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고 한다.
최근의 주택시장 진단이나 전망 자료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부의 규제완화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그간의 실적을 보면서 주택 부문에서 장기 포석을 잘 놓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참여정부 때
주택가격 폭등을 막아보려고 정신없이 던져놓았던 비정상적인 규제들을 일부 거두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김대중정부의 부동산 제도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아직도 더 강한 규제와 세제가 많다.
분양가 상한제,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이 그 예이다.
세부담도 늘었다. 양도세 세율이 올랐고, 취득세 과표가 약 5배 오르는 등 실거래가 과세의 충격이 여전하다.
단순히 규제를 모두 푸는 것이 정책의 목표일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과거의 족쇄를 푸는 데 온 힘을 다하느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래지향적인 주택정책의 체계를 짜는 일은 이제부터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쟁점들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야겠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다주택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오래전 주택공사가 만든 공익광고가 생각난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중환자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있고, 심각한 표정의 의사들이 "이 병의 특징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 진단을 내린다.
여러 주택을 가진 주택 투기자들이 나라를 병들게 하는 병균과 다름없다는 암시이고,
이런 인식 아래 다주택자에게 벌금에 가까운 세금을 부과했다.
우리나라에서 자가 점유자와 제도권 임대주택 거주자를 제외한
약 660만가구, 전체가구의 38%가 주로 개인으로부터 집을 빌려 산다.
임대주택의 공급자로서 다주택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과거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면 집을 싸게 팔 수밖에 없고,
집값이 떨어지면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이 쉬워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택은 본질적으로 비싼 자산이어서 그 값이 좀 떨어져도
구입해서 유지할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다주택자 중과세는 그나마 돈 있는 무주택자에게 주택 마련의 기회를 반짝 열어주는 대신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임대료를 올려서 대다수 돈 없는 무주택자에게 피해를 준다.
현재 한 채의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데 공공자금이 1억원 이상 들어간다.
다주택자가 한 채의 임대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면 그만큼 국민 부담이 준다.
다주택자가 본의 아니게 국가정책의 협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우리 사회의 병의 근원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특별히 도와주지 않더라도, 특별히 불이익을 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 중립적인 주택정책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주택에 대한 투자가 줄고 주거여건이 좋아지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에 나온 임대주택 대책에서 월세를 주는 사람의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계획도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
가업승계를 위해 수십억 원 또는 그 이상의 상속세 혜택을 주고,
주식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과세하지 않으면서 유난히 주택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차별이다.
특히 왜 하필 전세난, 월세난이 심각한 지금 시장을 크게 흔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소득에 과세하는 원칙은 맞더라도, 그 적용 시기에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